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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창조적인 놀이문화의 확산을 기대하며

작성자
요가과
등록일
2022-01-06
조회수
340
첨부파일

진짜 놀이 통해 몰입·생동감 체득
갈수록 몸으로 노는 놀이 줄어들어
아이들에게 놀이 권하는 문화되길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빼빼로 꽃이 피었습니다.’ 빼빼로 데이를 홍보하기 위해 붙어있는 편의점의 현수막 글귀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영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글이라 여겨진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게임은 누구나 어릴 적에 한번 쯤 해보았을 법하다.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 후 뒤돌아보았을 때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탈락하는 놀이다.

요가에서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응용하고 있다. 술래가 뒤돌아보았을 때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요가자세를 취한 후 유지하는 놀이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몸치라고 여기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도 즐기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요가놀이다. 놀이는 우리 내면의 유머를 끄집어내기 때문에 진정한 놀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즐거움과 웃음을 함께 끌어낸다고 본다.

한 때 명상을 너무나 진지하게 접하다가 인도의 오쇼 아쉬람에서 놀이처럼 명상을 즐기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명상은 하나의 놀이와 다를 바 없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또는 어떤 몸짓이든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을 때 명상안내자가 ‘스톱’을 외치면, 어떤 동작이든 그대로 멈추어야 하는 역동적인 명상이다. 이를 ‘Stop’ 명상으로 부른다. ‘Stop’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얼음땡’ 놀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놀이에 명상이라는 색을 입혀 하나의 좋은 명상 콘텐츠로 전 세계적으로 상품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얼음땡 놀이와 ‘Stop’ 명상은 방법상 별 차이가 없다. 놀이와 명상은 서로 닮았다. 놀이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명상을 즐기는 순간만큼은 우리의 의식은 현재에 머물게 된다. 우리의 의식이 지금여기 이 순간에 머물 때 마음속의 걱정거리는 사라지고 텅 빈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혐오와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이 바로 지금여기의 의식이다. 지금여기의 의식이라는 점에서 명상과 놀이는 서로 닮았다. 또한 진정한 놀이는 애씀이 필요 없듯이, 명상도 애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닮았다.

각자 어린 시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정적으로 놀았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충분히 놀았을 때 몸과 마음은 생동감으로 가득 찼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어린 시절 놀이는 어떠한가. 진정한 놀이에서 멀어지게 되면서 텅 빈 충만 대신 텅 빈 두려움을 채우기 위해 게임이나 가상현실로의 도피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놀이에서 멀어질수록 몸과 마음은 무기력해지고 영혼은 피폐해지지 않은가. 마치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산스크리트어로 ‘릴라(lila)’라는 단어가 있다. 그 의미는 유희 또는 놀이를 뜻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의 우주적 유희라는 것이다. 어떤 것이 창조되고, 파괴되고, 다시 창조되고 하는 과정들이 하나의 신성한 놀이로 비유되고 있다. 심지어 고통마저 하나의 놀이라는 것이다. 고통을 어린 시절에 즐겁게 놀았던 놀이처럼 여길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신성한 놀이일 것이다. 놀이 앞에 지루함이 있을 수 있는가. 만약 그것이 지루하다면 더 이상 놀이가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놀이를 잊어버린다는 것과 같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몰입과 생동감이 넘친다. 요즘은 몸으로 노는 놀이가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어릴 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명상적인 경험은 바로 놀이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놀이를 교육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고, 놀이를 권장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학부모도 놀이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찾았으면 한다. 놀이는 어릴 때나 하는 것이라든가, 한가하게 놀 시간이 어디 있어 라는 식의 생각이 달라졌으면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함께 한 오징어게임이 아직도 보물 같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진짜 놀이를 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놀이를 통해 뭔가를 학습시키려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놀이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가짜 놀이가 아닌 진짜 놀이를 통한 창의적인 놀이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